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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보다 긴 생각/에세이

계산적인 사랑

annoez 2022. 7. 1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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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LOVE 유형은 상품권을 들고 있는 오리.

요즘은 무슨 테스트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모든 상황에서의 나의 유형을 카테고리화 하고 나와 잘 맞는 유형의 사람을 찾아 헤매고. 어제는 사랑 유형 테스트였다. ‘당신의 LOVE 유형은 상품권을 들고 있는 오리’라는 다소 유치한 문구로 표현되는 결과에 황당한 웃음이 번졌지만, 이내 틀린 말은 아니라며 수긍했다. 선물만큼 사랑이 눈에 보이는 것도 없다.

이 유형인 내가 사랑이라고 여기는 것들.

돈이 없어서 집에 못간다고 했더니 보고 싶다며 할머니가 보낸 차비
아무말없이 내 책상에 올려두고 간 깨알 같은 글씨의 편지(내가 사는 곳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기억했다가 ‘네가 초록색을 좋아하던 게 생각나서’라고 말하며 주던 짙은 초록색의 체크무늬 잠옷
사직서를 쓴 날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언니가 사줬던 라구 파스타

언젠가 봤던 책에서 편지는 보낸 사람은 보냈다는 것을 잊어도, 수신인에게 발신인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든다는 구절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줬던 선물을 보면서 그 사람을 떠올리고 물건에 얼마나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는지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된다. 난 계산적인 사람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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